우삼겹 넣은 라면 끓여먹기

마트에 갔다가 정육코너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다니다 고기를 반드시 먹어야겠다는 알찬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고기하면 소고기지! 하고 소고기를 보다보니 지갑에 돈이 안보인다는 사실을 늦게 깨닫고 돼지고기를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돼지고기를 보다보니 내가 돈이 없어 먹고 싶은 소고기를 못먹는 구나 하는 설움이 북받쳐 올때, 그 때 눈에 보였던 우삼겹(Beef Loin).

우삼겹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서있지 않은 터라 소, 돼지 반반 이정도만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소고기 있을거다 라는 생각이었죠. 가격도 수용가능한 수준이라 냉큼 하나 들고 나왔습니다. 그 길로 집으로 와 우삼겹 반을 한자리에서 해치우고 냉장고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던 우삼겹.

어느날 그런날 있잖아요. 라면도 먹고 싶은데 고기도 먹고 싶은 날. 그 날이 그랬습니다. 배가 하나인 것을 매우 슬퍼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 "우삼겹을 라면에 넣어먹으면 되잖아!"

그렇게 그 고소하고 맛난 우삼겹을 라면과 조우시키고자 마음 먹었습니다. 우삼겹과 잘 어울릴만한 라면으로는 국민라면 진라면을 골랐습니다.(집에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진라면

저 영롱한 색깔을 뽐내는 우삼겹을 좀 보십시요. 얼마나 자랑스러운 모습인지요.

진라면도 아주 다부집니다. 나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면이 어느정도 익어갈 무렵 우삼겹을 투하시킵니다. 우삼겹은 미리 한장 한장 소중하게 떼어 놓았습니다. 우삼겹이 라면 국물 안에서 떡져 있는 모습은 절대 보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면이 팔팔 익어가고 우삼겹도 더불어 라면과 혼연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라면보다 비싼 재료가 들어가 있으니 얼마나 맛있을까요? 너무 기대되고 흥분됩니다.

라면이 완성되고 정갈하게 그릇에 담았습니다. 이는 마치 성스러운 미사를 앞둔 주교의 자세라고나 할까요? 저 영롱한 자태의 라면 앞에서 어찌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을까요? (진짜 꿇지는 않았습니다.)

맛은 어땠는지 궁금하시죠?

사실 앞에서 유난 떤 것만큼 엄청난 맛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난 분명 라면을 먹었는데 고기를 먹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흥분됩니다. 하지만 이내 우삼겹이 가진 기름기로 인해 느끼함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삼겹은 잘못 없습니다. 잘못 끓인 제가 잘못이죠.

느끼함이 지나가자 고기의 퍽퍽함이 등장합니다. 쓸데없이 고기를 너무 많이 넣었나봐요. 그냥 구워나 먹을껄 하는 생각을 0.03초 동안 했네요. 나중에 먹으면 샤브샤브처럼 라면이 다 끓은 다음 넣어 먹어야지 하는 반성의 시간도 가져봤습니다.

하지만 육식동물 제 아내는 지금도 또 한번 해먹어야지~ 이럽니다. 육식이 위주이신 분에게는 참 좋은 라면 레시피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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